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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재고 눈덩이…“답이 없네” |
관리부 |
2010-08-18 오후 1: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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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저장배 처리 ‘비상’
“아직도 저장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11일 경기 안성시 당왕동. 저장고를 둘러보던 농업인 장영기씨(53)는 긴 한숨을 토해 냈다. 최근 경북 상주와 전남 나주에서 햇배 수확이 시작됐지만 장씨의 저온저장고에는 여전히 2009년산 저장배가 천장까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장씨가 저장고를 열자 입구까지 봉지배가 담긴 컨테이너박스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20㎏들이 컨테이너박스로 무려 8,000개에 달하는 분량이다.
◆산지 재고처리 비상
보통 저장배는 7월 말 늦어도 8월 초순이면 출하가 모두 끝나고 농가 저온저장고는 텅 비어 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6월 이후 소비부진으로 값이 계속 하락해 농가들이 출하를 미루다 보니 많은 물량이 재고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미 조생종배 출하가 시작된 터라 한시라도 빨리 저장배를 처분해야 하지만 최근 시세가 출하비에도 못 미쳐 농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장씨는 “20㎏들이 컨테이너 한상자 기준으로 포장재 비용이 6,000원 정도 들고 선별·출하작업 인건비, 물류비·수수료 등을 더하면 출하비용만 1만원을 훌쩍 넘는데 시장 시세는 일부 특품만 1만5,000원 안팎이고 상품 이하는 1만원도 안돼 출하할수록 손실이 느는 상황”이라며 “재고는 많고 묵은배는 더 이상 소비가 안 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지었다. 안성과수농협(조합장 김종학)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 농가들이 보유한 배 재고량만 15㎏ 상자로 7만8,000개에 달한다.
◆농가들 폐기처분까지 각오
저장배 문제는 비단 이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충남 천안·아산, 전남 나주·영암 등의 농가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충남 천안시 성환읍에서 3만9,600㎡(1만2,000평)의 배농사를 짓는 권태명씨(56)는 “컨테이너박스로 1,000여개 분량의 재고가 있는데 남은 물량은 대부분 특품 이하라 시장에 내봤자 손실만 나기 때문에 출하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수확기에 주위에서 다들 농사 잘 지었다고 부러워해 내심 기대를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판로를 찾다 안되면 결국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농협 지원도 한계 봉착
저장배 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을 위해 농협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판로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정병일 천안배농협 차장은 “계통 판매장 특판전 개최, 소비지 직거래 추진, 가공업체 납품 등을 하고 있지만 이미 수요는 한계에 와 있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성과수농협은 심지어 막걸리 제조에 배를 사용하는 방안까지 고민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저장배 수요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여서 이렇다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수입과일이 저장배 소비를 계속 가로막아 막판 판매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상계 전남 나주배원예농협 조합장은 “한창 저장배 소비가 이뤄질 시기에 수입과일이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배 소비가 극도로 둔화돼 농가들이 출하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재고문제가 심화됐는데 지금도 여전히 수입과일 때문에 저장배 재고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시장격리가 최선의 대안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배 재고문제가 해당 농가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산지 관계자들은 아무리 늦어도 이달 안에 저장배가 처리되지 않으면 올해산 햇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쳐 심각한 파장이 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상계 나주배원협 조합장은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저장배 가격의 영향으로 최근 출하된 조생종 햇배 시세도 발목이 잡혀 평년 절반 수준의 낮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조합장은 “저장배 처리문제가 조속히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배 농가 전체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올봄 이상기후로 인해 배 작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데다 흑성병 발생도 심해 수확량이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어서 햇배마저 적정 시세가 형성되지 않으면 농가는 극심한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
김종학 안성과수농협 조합장은 “저장배의 시장 유통은 물론 가공용 납품도 결국은 햇배 수요를 잠식하는 요인이 된다”며 “정부가 나서 하루라도 빨리 저장배를 시장에서 격리시키는 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안성·천안=이경석 기자 kslee@nongmin.com
출처 : 농민신문 2010/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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