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시장여건 따라 거래 차별화 필요 관리부 2010-11-10 오후 2:31:36 938
흔들리는 도매시장 상장경매제 … 찬반논란 확산


공영도매시장의 거래원칙인 상장경매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가락시장 경매비리와 최근의 배추값 파동 등을 거치면서 기존 경매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상장경매제의 보완책으로 제시돼 왔던 대안들도 확실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만큼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경매제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본다.

◆경매제 ‘유효’ ‘비효율적’ 대립=경매제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경매제를 옹호하는 쪽은 영세소농이 농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지 여건상 거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공영도매시장의 가장 중심적인 역할이고 이런 측면에서 경매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매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쪽은 물류의 비효율성·가격의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 같은 해묵은 논쟁이 최근 가락시장 경매비리와 배추값 파동 등 일련의 사건들을 만나면서 폭발하기 시작한 것. 경매제를 옹호하는 쪽은 유통환경이 변하면서 일정정도 경매제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산지 여건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경매제의 효력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정가수의매매 같은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매비리는 경매제 자체의 문제이기 보다는 경매제를 실행하는 사람이나 관리주체의 도덕성 혹은 관리·감독 부재에서 기인한 만큼 경매제 보완보다는 관리감독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상장경매제 원칙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경매제의 비효율성과 불안정성이 확인된 만큼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통해 효율성과 가격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가락시장 경매비리 사건을 통해 경매를 한다고 해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자동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만큼 경매제만을 고집할 명분은 없다는 것이다.

◆정가수의매매와 시장도매인제 마찰=정가수의매매는 생산자와 유통인이 가격과 물량을 미리 결정한 뒤 거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가격과 수요량을 일정부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경매제의 불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거래 방식이다. 특히 이 방식이 전자거래와 결합할 경우 거래되는 농산물이 시장에 반입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경매제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물류 비효율성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산지가 조직화·규모화돼야 하고 농산물 품질과 규격도 표준화돼야 하는데 영세 소농이 대다수인 산지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섣부른 정가수의매매 확대는 오히려 중도매인이 직접 수집한 농산물을 경매 없이 기록만 상장한 것처럼 꾸미는 소위 기록상장을 ‘합법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우려가 크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도매인제는 생산자가 경매를 거치지 않고 시장도매인과 직접 거래하는 거래제도다. 수집과 분산 주체가 분리돼 있는 경매제와 달리 시장도매인이 수집과 분산 기능을 동시에 한다. 따라서 유통단계가 축소되고 비용이 절감될 뿐 아니라 물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도입을 주장하는 쪽의 논리다. 시장도매인이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고 산지에 전달하는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물량 과잉이나 부족으로 인한 가격등락 폭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시장도매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가격을 교섭하기 위해서는 산지가 조직화·규모화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또한 상장예외거래와 시장도매인제 시장의 거래 투명성·대금결제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도매인제 확대를 논의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것이다.

◆‘새로운 대안 필요’ 목소리=경매제를 보완 혹은 대체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들이 모두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 산지와 시장 여건에 맞는 보완책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특히 큰 틀에서의 거래제도를 바꾸려는 논의보다는 품목이나 시장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영세소농이 출하자의 대부분인 품목과 산지유통인 같은 규모화된 출하자가 많은 품목간의 거래방식에 차이를 두거나, 가락시장 같은 중앙도매시장과 환경이 열악한 지방도매시장의 거래방식을 달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주수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사장은 “기준가격제시·농가보호 등 경매제의 장점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생각하지만 규모화된 생산자가 출현하고 있고 소비지가 대형 유통 중심으로 재편된 상태에서 기존 제도만을 고집하는 것은 무리”라며 “경매제의 장점은 유지하되 비효율과 불안정성을 제거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출처 농민신문 201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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